책 이야기/서평

[서평] <엄마 글 좀 쓰고 올게> - '엄마'가 아닌 '나'를 찾아가는 엄마들의 에세이

읽고맘 2024. 8. 23. 10:49

권인선, 박혜형 외 6인 / 모모북스

<나의 직업은 육아입니다>책을 읽다가 발견한 책이다. 온라인으로 8명의 엄마들이 모여 자신의 인생을 쓴 에세이집이다. 서울, 인천, 세종, 원주,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8명의 엄마들이 모여서 쓴 책이라고 하니 더 놀라웠다. 이 책을 통해 용기를 받았다면, 평범한 엄마들이 자신의 인생을 글로 풀어 책을 냈다는 사실이다.

평범한 엄마들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다.

8명의 엄마 중에 유독 안쓰러우면서도 공감을 준 엄마가 있다. 바로 '힘찬토리'엄마다. 젊은 나이에 아이가 초등학생도 안되었을 때 암 선고를 받았다. 그녀는 암 선고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봤다.

"그랬다. 난 어렸을 때부터 타인의 기대치에 맞추고 살았다. 가난의 상처가 깊었던 아버지는 자식에게 가난만큼은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악착같이 일에 매진하셨다. (중략) 부모님의 품을 떠나 온전히 함께할 신랑과 아이가 생겼음에도, 여전히 무언가에 쫓기듯 바빴다. 사랑하는 신랑과 아이뿐 아니라 다른 사람 일까지 챙기느라 허우적거렸다. '나 아니면 안돼'를 새기며 여전히 친정 일을 도맡았고, 시부모님께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애썼다. 거기다 각종 모임의 대표직을 맡으며 나의 존재를 드러내느라 남은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었다."(p.211)

"나에게 나는 전혀 친절하지 않았다. 또한 어떤 여백도 허락하지 않았다. 오롯이 돈 모으는 일에만 집중했다. 혼자 먹는 음식조차 먹고 싶은 것보단 가격 착한 메뉴에 선택권을 부여했다. 그러곤 쌓여가는 통장 잔액을 보며 뿌듯해했다. 고열로 이동조차 힘들 상황이었음에도 거절할 수 없어 진통제까지 먹어가며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그리고 항상 내가 향한 건, 병원 응급실!" (p.216)

늘 남의 기준에 맞춰 사느라 자신의 몸이 망가져가는 것도 모르다니!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은가! 타인을 의식하며 사느라 정착 나의 모든 에너지 아니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인생. 나 또한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많아 늘 직업을 바꾸며 살았다. 결국 낙동강 오리알처럼 외톨이 인생이 되었쎴다. 왜 우리는 타인의 기준에 살아가는 걸까? 내가 아닌 오직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성형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초등학생 '의사 준비반' 인기가 높다는 한국의 문화가 뭔가 말해주는 것 같다. 2022년 인하대 대학원 교육학과 연구자들 '제13회 학술문화세미나' 에서 '한국인은 집단주의가 아닌 관계 주의'라고 설명한다. 한 집 건너 다 알고 지내는 관계 주의 문화가 타인을 위한 인생으로 전략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7명의 엄마들 역시 '엄마'라는 자리를 지키느라 다들 고통이 있었다. 하지만 엄마이기 전에 '여자'로서, '나'로서의 존재를 갈망하고 있다. 삶의 무게는 다 다르겠지만 이 책이 관통하는 소재는 하나다. '나'찾기다. 책 뒤편에 "당신 인생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요?"팻말처럼 이 책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찾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 또는 미혼 여성들이 보기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