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100일 글쓰기] 90일차 - 내가 쭈구리가 아닌 이유

읽고맘 2024. 10. 4. 05:33

 

 

 

 

 

나는 쭈구리 덩어리였다.

비평준화된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봐야 했다. 인문계 고등학교 1,2,3급에서 나는3등급 학교를 들어갔다. 이제 막 고1이 된 나는 늘 자신감이 없었다. 시골 시내에서 교복을 보고 서로를 평가했기 때문에 3등급 학교 다닌다는 게 수치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대학교는 다른 지역에서 다니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교마저 지방 사립대를 들어갔다. 쪽팔렸다. 사립대 출신이라는 표를 떼기 위해 2년 동안 편입 준비를 했다. 다행히 지방 국립대로 편입했다. 그제야 안도했다. 하지만 졸업 시즌이 되었고 취업 준비가 안된 상태였기에 동네 학원 감사일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나의 인생은 유랑민이 되었다. 사춘기 때 상처가 된 학벌에 대한 열등감은 대학교 졸업 후에도 계속 나를 괴롭혔다. 동네 학원 강사 이란 직업이 창피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리석은 생각인데, 26살 그때 나는 나의 직업이 창피하기만 했다. 얼마든지 학원 강사로도 성공할 수 있는데 말이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이때부터 늘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감사하게도 7년 만에 고용불안을 끌 낼 수 있었다. 다양한 직업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늘 책을 읽었기에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직업(독서토론 강사)을 찾게 되었고 부끄럽지만 책 한 권도 냈다. 결혼해서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결혼과 출산을 했지만 늘 내 마음속에서는 나의 일에 대한 갈망이 컸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최저 임금만 받고 살았기에 육아를 하면서도 제대로 된 돈을 벌어보고 싶었고 성공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육아가 불만으로 다가왔다. 나의 삶의 여정이 내가 공부를 못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늘 나를 자책하기 바빴다. 이런 와중에 한 권의 책을 읽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런데 우리는 실업을 개인의 탓으로 돌립니다. ‘네가 게을러서’, ‘네가 공부를 안 해서’, ‘네가 못나서’, 이런 식으로 개인에게 모든 형태의 책임을 전가합니다. 그것이 바로 자유시장경제의 논리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실업 문제는 사회의 문제입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p.168

내가 해고를 당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이런 모든 것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고 김누리 작가가 말한다. 나만 쭈구리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나에게 위로를 건넸다. 독일은 경쟁 교육을 하지 않는 것, 대합 입시를 폐지했다. 대학에 가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거의 합격한다고 한다. 학교에서 등수를 매기거나 우열을 나누지 않는다는 것. 이런 행위 자체가 나치즘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경쟁의식을 심어주는 것 말이다. 우리 사회는 아무 생각 없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나는 쭈구리의 삶을 이제 거부한다. 나는 나로 존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