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100일 글쓰기] 80일차 - 다섯 살을 위한 주말 스케줄

읽고맘 2024. 9. 3. 07:53

“엄마!” “엄마!”

토요일 아침,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서재 방에서 책을 펴려고 하는데, 새봄이가 안방에서 나를 불렀다. 고요한 주말 아침! 잠 속에 푹 빠져있을 직장인들에게는 반갑지 않을 소리일 것이다. 나는 달려갔고 남편은 더 자고 싶은지 이불을 뒤집어 씌고 있었다.

“엄마, 나 자장자장 해줘야지.”

“새봄아, 그렇다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돼?”

“엄마가 없으니까 그렇잖아”

다섯 살인데도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나는 새봄이 옆에 앉아서 토닥토닥을 해줬다. 10분 후에 바로 기상. 결국 우리 세 식구는 7시 20분쯤에 다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다. ebs유치원을 시작으로 다양한 만화가 티비에서 나오고 있었다. 달걀, 감자를 쪄서 (껍질을 벗기고) 바로 으깼다. 에그 감자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단백질(달걀)와 탄수화물(감자)의 조합이라 그런지 배가 오전 내내 고프지 않았다. 남편은 새봄이와 블록 놀이를 하고 나는 점심에 먹을 김치찌개, 새봄이 된장찌개를 만들고, 가지볶음도 만들었다.

 

오전 10시 30분에 차를 몰고 우리 세 식구는 교회에서 하는 유아,초등부 영어교실로 갔다. 부모님들도 수업 참관이 가능하기에 내가 새봄이를 데리고 들어갔다. 남편은 도서 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겠다며 혼자 유유히 사라졌다.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오르기 시작했다) 외국인 전도사님이 하는 수업으로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신다. 참고로 외국인 전도사님 자녀들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만 한다. 외모는 완전 외국 사람인데 말이다. 새로운 교회에서 신기했던 경험이었다. 수업 도중 남편에게 갑자기 문자가 왔다. 교회에서 누군가 우리 차를 빼달라는 것이다. 남편에게 답했다. ‘자기가 차를 빼..나 새봄이 때문에 못 나갈 것 같아.’ 15분 전화가 왔다. 차 주인이 화를 낸다면 빨리 나보고 빼라는 것이다. 순간 화가 났다. 우선 교회 마당에 가서 우리 차를 뺐다. 앞차는 화가 났는지 후진으로 해서 바로 가버렸다. 아무튼 외국인 전도사님의 영어 수업을 들으며 4살부터 초등 4학년까지 즐겁게 수업을 받고 남편에게 문자했다. ‘도서관이 코앞인데 와서 차를 못 빼! 나 그냥 새봄이 태우고 집에 갈 거니 알아서 집에 와!’ 남편은 곧이어 전화를 했고 난 화를 내며 말을 했다. 새봄이는 이 상황을 눈치 깨고는 “엄마, 아빠가 이유가 있었을 거야. 아빠한테 너무 그러지 마~” 다섯 살 난 딸이 이렇게 의젓하다니! “그래, 새봄아. 엄마가 넘 화가 나지만 새봄이 봐서라도 아빠한테 화 안 낼게” 그렇게 마무리하면서 차를 몰고 집에 왔다. 남편은 현관을 들어오자마자 “하하하” 괜히 미안하니까 하는 소리이다. 우리 세 식구는 다시 웃기 시작했다.

 

 

 

우리 식구는 점심을 맛있게 먹고 오후 간식으로 기영이 숯불 두 마리 치킨을 시켰다. 다섯 살 새봄이도 먹기 좋은 숯불 순살이니 말 다 했다. 우리 부부는 숯불 양념을, 새봄이는 통마늘 간장 숯불 치킨을 먹었는데, 맛있었는지 새봄이 혼자 다 먹었다. (혹여, 미취학 아동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치킨을 찾는다면, 기영이 숯불 두 마리 치킨(반반 순살치킨)을 추천한다. 튀기지 않아 건강하고 맵지 않고 숯불 향과 달콤함이 느껴져 5-6살 아이들도 먹을 수 있다.) 이렇게 먹으니 오후 5시. 남편은 아파트 헬스장에 가고, 새봄이는 든든히 배를 채웠는지 놀이터를 가자고 말했다. 킥보드를 챙겨 놀이터로 고고씽!

 

놀이터에 가니 마침 미국에서 역이민을 한 7살 언니와 6살 남동생이 있었다. 몇 번 새봄이랑 놀이터에서 놀았기에 이 셋은 금세 친해져 그네를 주고니 받거니 하며 타기 시작했다. 이후 셋은 킥보드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뒤에서 열심히 달렸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러너가 된 것 같았다. 놀이터에 약간의 경사가 있는 곳에서 열심히 킥보드를 탔다. 남매들은 둘이서 유창하게 영어를 썼다. 성인인 나도 못 알아듣는 영어라 순간 머쓱했다. 어떤 이유로 한국으로 역이민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한국이 살기 좋다는 거다. (물론 돈만 많으면 더욱 살기 좋은 한국이겠지만) 이렇게 두 시간을 실컷 놀고 집에 왔다. 토요일, 다섯 살을 위한 스케줄이 마무리되어 갔다. 감사했던 하루^-^

 

“이 세상에 엄마라는 직책보다 위대한 게 있을까요?

이 세상에 육아라는 직업보다 소중한 게 있을까요?

엄마인 당신은, 그 존재만으로도 위대합니다.

육아로 사랑받아 보세요.

엄마인 당신의 삶을 응원합니다.”

p.248 <나의 직업은 육아입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