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100일 글쓰기] 81일차 - 가슴에 '쿵' 떨어졌던 순간

읽고맘 2024. 9. 6. 15:27

2024. 9. 6.

유선경 저 / 위즈덤하우스

요즘 <달라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책을 읽고 있지만, 사실 지루했다. 미안하지만 ‘세계적인 작가이기에 이 책이 유명한 것이겠지’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결국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다양한 책들을 보았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책이 있었다.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책이다. 이 책은 글을 쓰고 싶어도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모르는 독자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필사함으로써 어휘력을 키우고 대화에서도 문장력이 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명상 효과와 함께 감수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한다. 이 책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주옥같은 단어와 문장을 가진 책들이 많다는 점에서다.

 

박경리 소설 <토지 5>

적막한 바람과 눅진눅진한 현기증과 오색의 환상과 환상, 장작불 타는 시꺼먼 밤의 오광대놀이가 한 마당 막을 올리고 지나간다. 숲이 나타나고 강물이 나타나고 황톳길이 나타나고 섬진강을 따라 굽이쳐 뻗은 삼십 리, 하동으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그 위로 세월이 발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마음 바닥을 쿵쿵 밟으며 지나가는 세월의 발소리, 끊이지 않는 기나긴 세월의 행렬, 지나가다가 어떤 것은 되돌아오곤 한다.

 

*눅진눅진 : 1. 물기가 있어 매우 눅눅하면서 끈끈한 모양 2. 성질이 부드러우면서도 끈기가 있는 모양

 

김유정 소설 <봄봄>

밭 가생이로 돌 적마다 야릇한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머리 위에서 벌들은 가끔 붕, 붕 소리를 친다. 바위틈에서 샘물 소리밖에 안 들리는 산골짜기니까 맑은 하늘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나는 몸이 나른하고 몸살(을 아직 모르지만 병)이 나려고 그러는지 가슴이 울렁울렁하고 이랬다.

 

*물컥물컥 :코를 찌를 듯이 매우 심한 냄새가 자꾸 나는 듯한 모양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단어와 문장을 꼽는다면, 눅진눅진한 현기증, 그 위로 세월이 발소 리를 내며 지나간다. / 마음 바닥을 쿵쿵 밟으며 지나가는 세월의 발소리/ 꽃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 맑은 하늘의 봄볕은 이불 속같이 따스하고 꼭 꿈꾸는 것 같다.

 

작가는 글쓰기로 쿵쿵! 쿵에 대해 설명한다.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p.26 <황지우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중에서

 

● 이 시에서 ‘쿵쿵’이라는 의성어가 없었다면 기다림의 설렘과 긴장을 이토록 고조시킬 수 있었을까요. ‘발소리’라 하지 않고 ‘발자국’에 쿵쿵이라는 의성어를 부여한 것이 바닥에 찍 힌 발자국을 따라 소리가 잇따라 울리는 것 같은 공감각을 입혀줍니다. p.26

 

작가는 가슴에 ‘쿵!’하고 떨어졌던 것을 떠올려보면서 글쓰기를 하라고 설명한다.

나의 글쓰기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무서웠던 소리는 ‘쿵’소리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집안 어디선가 ‘쿵’소리가 나면 아이가 방바닥에 떨어진 줄 알고 뛰어다녔던 경험이 부모라면 있을 것이다. 내 가슴까지도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쿵’의 사전적 의미는 1. 크고 무거운 물 건이 바닥이나 물체 위에 떨어지거나 부딪쳐 나는 소리 2. 멀리서 포탄 따위가 터지는 소리3. 큰 북이나 장구 따위가 울리는 매우 깊은 소리라고 책은 말한다. 하지만 이젠 아이 때문에 놀라는 ‘쿵’소리가 아닌 나의 글쓰기를 통해서 가슴속 깊은 곳에서 경쾌한 ‘쿵’소리가 울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